Ⅰ. 머리말
요 즘 도시 아이들은 ‘자연’과 ‘놀이’와 ‘아이다움’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콘크리트건물과 아스팔트길, 온갖 인공적인 환경으로 둘러싸인 도시생활에서 요즘 아이들은 자연, 계절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세 살도 되기 전에 학습지와 온갖 교재로 한글과 숫자를 배웁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기본이고 영어학원, 미술학원, 피아노학원, 태권도학원에 쉴 새 없이 내몰립니다. 우 리나라 일곱 살짜리 아이들의 86%가 2가지 이상의 조기 특기교육을 받고 있고, 아이의 영어발음을 위하여 혀 수술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놀 줄 모릅니다. 놀 시간도 놀 공간도 놀 친구도 없습니다. 과잉 조기 인지교육 탓에 마음의 병을 앓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오감은 무디어져 가고, 자연의 맛을 잃어버려 ‘몸’은 망가지고 있습니다. 타협하고 참고 견딜 줄 모르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창백할 정도의 하얀 피부와 왕자와 공주를 연상하게 하는 옷차림새, 아이답지 않은 아이들의 대화는 도시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의 모습이 아닐까요? 그것 뿐 인가요. 산업화로 인한 농촌사회의 붕괴와 자연 생태계의 파괴, 우리 전통문화의 말살 또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런 아이들에게 오늘을 사는 우리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자연’과 ‘놀이’와 ‘아이다움’을 되찾아 주는 것입니다.
양(陽)이 극에 달하면 다시 음(陰)을 향해 내닫게 되는 것일까요. 인간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자연’, ‘바이오’, ‘생태’라는 말과 함께 음(陰)을 향한 심심찮은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람과 자연이,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어울리는 세상에서 자연과 아이와 놀이를 되살리고, 아이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일깨울 수 있는 새로운 유아교육 프로그램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 유아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바로 ‘생태유아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태유아교육이 지향하는 아이상은 신명나는 어린이입니다. ‘신명나는 어린이’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교육내용으로 다음의 프로그램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즉 바깥놀이 프로그램, 산책 프로그램, 텃밭가꾸기 프로그램, 세시풍속 프로그램, 손끝놀이 프로그램, 몸짓놀이 프로그램, 절제․절약 프로그램, 노인․아동상호작용 프로그램, 초기적응 프로그램, 명상 프로그램, 먹을거리 프로그램, 식물교감 프로그램, 동물기르기 프로그램, 평화교육 프로그램, TV 덜보기 프로그램, 컴퓨터․게임 안하기 프로그램 등이 포함됩니다. 또한 들꽃체험 프로그램, 갯벌체험 프로그램, 곤충체험 프로그램, 물고기체험 프로그램, 철새체험 프로그램 등 자연생태계와의 만남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들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Ⅱ. 생태유아교육 프로그램
다음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해 볼 수 있는 생태유아교육 프로그램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1. 산책
산 책은 ‘나들이’, ‘산책’, ‘마실’ 등 여러 가지로 표현됩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산책은 “가벼운 기분으로 이리저리 거니는 것”이라고 쓰여 있지요. 산책의 의미 속에는 사색, 여유, 자유, 자연스러움, 즐거움, 만남 등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산책을 특별한 여행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할 것 같군요. 아이들이 매일 밥을 먹고 조금씩 키가 크듯이 산책도 아이들이 오감으로 자연을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매일 갈 수 있다면 제일 좋겠죠.
“아 니, 이런 도심에 산책할 공간이 어디 있어?”라고 반문하실 수 있겠지요. 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훌륭한 산책이 될 수 있습니다. 동네 시장이나 아파트 주변을 한 번 돌아보세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삶의 모습도 아이들에게는 세상사는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주변이 콘크리트로 뒤덮인 듯해도 구석진 곳 어디엔가 ‘틈새의 자연’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작은 풀꽃이 피어있는 집 앞 공터 혹은 골목길도 좋습니다. 우리 가까이에도 언제나 자연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왕이면 인위적인 곳보다는 자연적인 곳을, 시끄러운 곳보다는 조용한 곳을, 볼거리가 없는 곳보다는 볼거리가 많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겠지요. 또한 시간에 쫒기는 산책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산책이 더 좋답니다. 도시의 찻길을 산책하는 것 보다는 숲속의 오솔길과 농촌의 들녁을 산책하는 것이 훨씬 더 운치 있는 산책이 될 수 있겠지요.
산책 출발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동네 한바퀴 정도라면 집에서 입는 옷으로 산책을 나서도 괜찮지만 조금 먼 거리라면 몇 가지를 준비해야겠지요? 휴지, 손수건, 비상약, 컵, 모자정도는 챙기세요. 그리고 산책수첩과 필기도구, 돋보기 혹은 채집망이 필요할 때가 있을 거예요.
산책을 하면서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산책을 가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오감으로 자연과 생명을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사계절을 두고 피고 지는 꽃과 풀, 그리고 곤충들을 관찰하다 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많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는 곤충도감과 식물도감 한
권 정도는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겠지요.
<책 갈피에 풀잎을 넣어요> <시장에 산책 갔어요>
2. 텃밭 가꾸기
“쌀 은 쌀나무에서 나요”라고 말할 정도로 요즘 아이들은 자연에 대하여 무지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하루 생활을 곰곰이 살펴보십시오.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이 드는 순간까지 흙을 한 번 만지거나 밟아 보았는지 하고 말입니다. 흙과 한번도 접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흙의 생명력을 알게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흙을 떠난 삶은 생명을 떠난 삶입니다. 흙은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흙 자체는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흙은 끊임없이 움직이기에 살아있으며, 살이 있기에 생명입니다. 흙은 그 자체가 생명이면서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원천이기도 합니다. 흙은 미생물, 풀, 나무, 벌레, 곤충, 사람들의 삶의 터전입니다. 수많은 생명체를 잉태하는 생명의 어머니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에게 텃밭 가꾸기를 통하여 흙을 소중함을 알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또한 텃밭 가꾸기를 통하여 아이들은 계절의 변화를 알게 되고 감각이 살아나게 됩니다. 땀과 수확의 의미와 함께 생명의 순환과 사랑을 알게 된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이런 도시 비싼 땅에 무슨 텃밭이 있겠어요?“라고 반문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텃밭이 있다면 더 없이 좋지만 텃밭이 없더라도 아이디어만 내면 얼마든지 텃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주말 농장을 빌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니면 집 옥상이나 베란다에 스치로품 박스를 놓아서 멋진 텃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창가에 그릇이나 화분을 놓아서 작물을 기를 수도 있답니다.
텃밭 가꾸기를 하려면 나름대로 계획이 있어야 겠지요. 텃밭의 크기, 가꾸려는 작물의 종류, 씨 뿌리는 시기, 수확 시기 등에 대해 아이와 함께 재배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텃밭 가꾸기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도구가 필요합니다. 삽, 괭이, 호미, 모종삽, 물뿌리개 정도는 기본으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겠지요. 아이들이 사용하는 호미나 삽은 끝이 날카롭지 않은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요.
텃밭 농사를 위해서는 기초적인 작업이 필요합니다. 땅고르기, 퇴비 주기, 이랑 만들기, 씨앗 뿌리기, 솎아 내기, 잡초 뽑기, 김매기, 수확하기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연간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의 종류와 방법은 다음 표를 참고 하세요.
월 |
활동내용 |
월 |
활동내용 |
3월 |
․땅고르기 ․퇴비뿌리기 ․씨앗과 흙 관찰하기 ․상추, 쑥갓 씨앗 뿌리기 ․보리 관찰하기 |
8월 9월 |
․옥수수 수확하기 ․옥수수 말리기 ․허수아비 만들기 |
4월 |
․보리피리 불어보기 ․텃밭의 잡초 뽑기 ․상추, 쑥갓 수확하기 ․깻잎 씨앗뿌리기 |
10월 |
․고구마줄기 자르기 ․고구마 캐기 ․추수하기 ․시금치 씨앗뿌리기 |
5월 |
․보리 관찰하기 ․텃밭 벌레 찾기 ․옥수수 씨앗 뿌리기 ․토마토 모종심기 |
11월 |
․퇴비 뿌리기 ․보리씨앗 뿌리기 ․시금치 수확하기 |
6월 |
․고구마 심기 ․보리 베기 ․퇴비 뿌리기 ․모심기 (스티로폴 상자에 심기) |
12월 |
․보리가 얼마나 자랐나요? ․김장 담그기
|
7월 |
․음식찌꺼기로 퇴비 만들기 ․토마토 관찰 및 수확하기 ․지렁이 찾기 ․깻잎 수확하기 |
1월 2월 |
․퇴비 만들기 ․보리가 얼마나 자랐나요?
|
텃밭에서 기른 작물은 반드시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채소나 작물을 직접 재배하게 해 보십시오. 아이들의 편식이 없어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상추를 뜯었어요> <우리가 기른 배추입니다>
3. 세시풍속
생태유아교육 프로그램을 통하여 기르고자 하는 아이는 바로 한국적인 아이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 문화를 담는 세시풍속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시풍속은 세시(歲時)란 세월과 같은 의미로 일 년 열두 달을 두고 바뀌는 시간을 말한다. 풍속은 일 년 열두 달을 두고 바뀌는 생활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굳이 생활이라고 부르지 않고 풍속이라고 하는 것은 시절 따라 달라져가는 생활이 관습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세시풍속은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일정한 형식을 갖추어 오늘과 같은 풍속으로 정착된 것입니다. 즉 오랜 세월을 지내면서 우리 선조들이 자연의 변화에 맞추려는 생활이 바로 세시풍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시풍속은 놀이, 식생활, 민간신앙, 의식 등 다양한 모습으로 전승되어 왔습니다. 세시풍속은 살고 있는 지역의 지역적 조건이나 풍토성과 그들이 지니는 역사성과 그들이 이룩한 사회성과 생업에 따라 이루어져 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농사를 지어왔으며, 달의 운행을 주기로 삼아 계절이나 시간을 정해 왔습니다. 따라서 달의 변화를 통해 농사짓는 시기나 풍속들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태양의 변화를 중심으로 하는 양력보다는 음력중심으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달력을 보면 우리의 명절과 절기가 모두 음력으로 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 시풍속은 우리 겨레의 얼을 느낄 수 있는 과정입니다. 세시풍속은 아이들에게 계절의 변화에 따른 생활의 주기성을 알게 하고, 우리의 건강한 먹거리를 알게 하고 더불어 즐길 수 있는 놀이와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알게 해 줍니다. 세시풍속은 아이로 하여금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의 대부분은 크리스마스,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는 알아도 삼월삼짇날, 단오, 유두, 칠월칠석은 모릅니다. 아이들을 기르는 어른들이 그렇게 길러 왔기 때문입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우리 것’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전래동요를 부르고 전통놀이와 춤과 장단을 가르치는 곳이 많습니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유아교육 현장에서의 세시풍속은 생활과는 동떨어진 채 하루만 경험해 본다는 식의 일회성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 추석 때 바깥놀이터에서 씨름, 제기차기, 널뛰기 정도 해보고 방앗간에서 다 만들어져 있는 떡을 사서 먹어보거나 인위적으로 제작된 교구로 실내에서 세시풍속놀이를 학습하는 정도로, “우리는 세시풍속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어요”라고 자랑하는 선생님들을 볼 수 있습니다. 세시풍속에는 24절기와 설, 추석 외에도 많은 명절이 있다는 것도, 조상들의 세시풍속은 일상의 삶이고 생활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잊은 채 말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라는 속담처럼, 세시풍속을 어린 유아기부터 ‘생활’의 형태로 경험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지식, 개념, 가치, 행동양식을 체득해 민족문화에 대한 정체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가정이나 유아교육 현장에서부터 우리 고유의 명절과 절기를 ‘생활’로써 경험시켜 줌으로써 아이들이 상실한 고유의 민족정서를 맛보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다음은 연중 세시풍속에 따른 놀거리와 만들 수 있는 음식입니다. 아이들과 한 번 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연간 세시풍속 계획안>
월 (음력) |
절기 |
명절 (음력) |
세시풍속 내용 |
1월 |
입춘 우수 |
설 (1월 1일) |
차례상 차리기, 세배 드리기, 방앗간 가서 가래떡 뽑기, 윷놀이, 머리카락 태우기 |
정월대보름 (1월 15일) |
귀밝이술 마시기, 부럼 깨물기, 지신밟기, 달집태우기 | ||
2월 |
경칩 춘분 |
머슴날 (2월 1일) |
콩 볶아 먹기 |
3월 |
청명 곡우 |
삼월삼짓날 (3월 3일) |
봄나들이, 진달래 화전 부쳐 먹기 |
한식 (동지+105) |
조상 묘 손질 | ||
4월 |
입하 소만 |
석가탄신일 (4월 8일) |
절 오르기, 탑돌이, 등 달기 |
5월 |
망종 하지 |
단오 (5월 5일) |
창포물에 머리 감기, 씨름대회, 그네타기, 단오제 구경 가기 |
6월 |
소서 대서 |
유두 (6월 15일) |
등목, 햇과일과 국수, 떡으로 조상님께 감사드리기 |
삼복 (6월 10일, 20일, 7월 11일) |
물놀이, 삼계탕 먹기 | ||
7월 |
입추 처서 |
칠석 (7월 7일) |
직조하기, 사랑 떡 전하기 |
백중 (7월 15일) |
여름에 나는 과일 먹기 | ||
8월 |
백로 추분 |
추석 (8월 15일) |
솔가지 주워오기, 차례상 장보기, 송편 빚기, 강강수월래 |
9월 |
한로 상강 |
중양절 (9월 9일) |
국화주 담기, 산책 가기 |
10월 |
입동 소설 |
상달 |
성주에게 제사 지내기 |
11월 |
대설 동지 |
동지 (11월 ) |
팥죽 끓이기, 말 타기, 다리세기, 까막 놀이 |
12월 |
소한 대한 |
섣달그믐 (12월 31일) |
한 해 동안 제일 좋았던 일, 속상했던 일 이야기 해보기 |
<정월대보름 달집을 지었어요> <강강수월래를 해요>
<단오날 쑥 주머니를 만들어요> <창포물에 머리를 감아요>
4. 손끝놀이
여기서 말하는 ‘손끝놀이’는 아이들이 손끝을 사용해서 노는 놀이를 말합니다.
손을 움직인다는 것은 몸을 움직이는 것과 관련되며 신체적인 소근육, 대근육의 발달을 이루게 됩니다. 손놀림은 단순한 육체적인 과정이 아니라 정신적인 과정이어서 손의 사용을 통하여 몸․마음․영혼이 조화롭게 발달하는 전인적인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손끝을 사용해서 무언가 만들면서 실용적이고 예술적인 감각, 정교함, 치밀성을 몸에 익히게 됩니다.
전통사회에서 자란 아이들은 실생활에서 일을 함으로써 건설적 생명력과 손끝의 기교를 익혔습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이 ‘손의 잠재력’을 이끌어 낸 것이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수많은 문화유산은 아이들로 하여금 손을 움직이며 일하도록 키운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정생활용품, 도자기, 공예품, 석탑, 목탑, 건축물 등의 유용성과 예술성은 어릴 때부터 일을 통하여 터득한 건설적 생명력과 손끝의 기교에서 나온 산물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경제성장은 ‘손’으로 만들기 보다는 ‘돈’ 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물질주의 사상을 낳았습니다. 또한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최대의 목표가 되다보니 점차 손으로 하는 노동에는 가치를 두지 않게 되었습니다. 컴퓨터의 키만 누르면 모든 글자를 쓸 수 있는데 왜 손으로 글자를 쓰고 있겠습니까? 아이들이 갖고 노는 놀잇감도 마찬가지입니다. 백화점에만 가면 온갖 놀잇감이 있는데 왜 시간 소비해 가며 만들고 있겠습니까?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들은 오감각 중 시각만 편향되게 발달할 뿐, 손 감각은 오히려 무디어져 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유아교육은 일과 놀이가 분리된 교육입니다. 삶과 동떨어진 학습과 세심하게 통제되고 조직된 놀이로 오직 제한된 범위 내에서 또는 앉은 채 하는 놀이 일색입니다. 집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TV나 컴퓨터 게임으로 보냅니다.
사람이란 본디 손을 움직여 일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손과 발은 삶을 살아가는 힘인 동시에 생명력의 원천입니다. 손과 발을 놀려서 일을 안 하고 일을 못하게 될 때, 사람의 몸은 병들고 마음은 악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놀이와 일을 하나로 체험하는 참된 노동의 경험을 쌓게 해야 합니다. 놀이 공간이 삶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감각을 온전히 일깨우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열심히 발을 놀려 걷고, 손을 놀려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손끝놀이는 일상생활 속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옷 단추를 여닫고, 허리띠를 차거나 푸는 것도 중요한 손끝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실뜨기나 바느질, 젓가락질, 오리기, 접기, 붙이기, 뜨개질도 손끝놀이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손끝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손끝놀이를 자세히 관찰해서 천천히, 그리고 분석해서 방법을 가르쳐 주면 아이들은 집중력을 갖고 놀이에 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수틀에 자수를 놓아서 직접 가방을 만들거나 털실로 뜨개질을 해서 목도리나 지갑을 만들기도 하고, 천에 수를 놓아서 방석을 만드는 아이들의 모습, 상상이 되십니까? 지금 바로 아이들과 함께 실천 해 보시기 바랍니다.
5. 먹거리
요 즘 아이들은 몸, 마음, 영혼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많이 걷고, 뛰고, 움직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탓에 혈액순환 장애로 곳곳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머리가 아프고, 기운이 없고, 배도 자주 아프다고 호소합니다. 고기를 비롯한 고단백․고열량의 음식을 잔뜩 먹어서 비만아가 늘고 있습니다. 체격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영양불균형으로 체력은 오히려 약해졌습니다. 인스턴트식품이나 유해물질이 함유된 식품의 섭취로 소아당뇨, 고지혈증 등의 성인병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으며 아토피를 앓는 아이수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것 뿐만이 아닙니다. 3분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인지 아이들은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자기밖에 모르고 타협할 줄 모르며 감정 조절을 제대로 못하고 참고 견딜 줄 모릅니다. 그 결과, 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증, 유아스트레스, 뇌신경장애 등의 용어는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용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예로부터 ‘밥 잘 먹고 똥 잘 누면 건강하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잘 먹고 똥 잘 누면 자연히 건강하게 됩니다. 요즘 아이들이 ‘건강하지 않다’ 혹은 ‘병이 들었다’는 것은 밥을 잘 먹지 않고 똥을 잘 누지 못해 몸의 기혈(氣血)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밥 잘 먹고 똥 잘 누는’ 아이로 기르기 위해서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노력뿐만 아니라 아이들 가정과 주변 지역사회의 식문화(食文化)도 바꾸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서는 가정과 유아교육 기관에서 실천할 수 있는 먹거리 수칙을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 모유를 먹인다
- 신토불이 음식을 먹인다
- 제철음식을 먹인다
- 가공식품은 지양한다
- 육류섭취를 줄인다
- 유기농산물을 먹인다
- 아침밥을 먹인다
- 먹을거리에 감사하게 한다
이상의 수칙으로 밥상을 체크해 보세요. 인스턴트 식품을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요? 간식으로 과자나 인공음료를 주고 있지 않은가요? 제철음식과 신토불이 음식을 이용하고 있는가요? 아이들이 편안하고 여유롭게 먹을 수 있는 소담스런 식사환경인가요? 아이들의 밥상에 아이들의 건강을 비는 정성과 사랑이 들어 있는가요? 아침밥을 먹이고 있는가요? 먹거리에 감사하는가요?
만약 한 가지라도 ‘아니오’라는 대답이 있다면 지금부터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먹거리를 생명력이 깃든 먹거리로 바꾸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텃밭에 재배한 야채로 직접 요리를 해서 먹거나 유기농산물을 재배하는 농촌을 가 보는 것도 아주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간장․고추장을 담아서 먹던 우리 어머니․할머니의 풍습도 되살릴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먹거리 문화를 바로 잡는 것은 아이들의 몸을 바로 잡는 일이면서 우리의 농촌을 살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아이와 함께 만들 수 있는 먹거리의 예입니다.
〈아이와 함께 만들 수 있는 먹거리의 예〉
계절 |
먹거리 |
봄 |
약과, 약식, 진달래 화전, 쑥버무리, 수수부꾸미, 고추장, 계피떡, 민들레잎 효소, 질경이 효소, 딸기잼, 상추쌈, 부추전 |
여름 |
삶은 감자, 감자전, 콩국, 콩국수, 수제비, 단오 쑥떡, 유두 국수, 열무김치, 삼계탕, 살구잼, 포도잼, 복숭아잼, 삶은 옥수수, 수박 화채 |
가을 |
고춧잎․ 고구마 줄기․ 호박․ 토란대․무 썰어 말리기, 송편, 곶감, 국화주, 호박죽, 손두부, 삶은 고구마, 도토리묵 |
겨울 |
유자차, 모과차, 메주, 김장, 팥죽, 떡국, 만두, 청국장, 인절미 |
<상추쌈을 싸먹어요> <김장을 담아요>
6. 몸짓놀이
몸짓놀이란 몸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놀이를 말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실천하게 된 배경은 아이들이 우리의 가락과 음률, 장단, 움직임을 잃어가고 있고 유연성과 감각적인 민감성이 무디어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몸짓놀이는 몸을 자극함으로써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하고 몸을 유연하게 합니다. 뇌의 자극, 체력증강, 정서적인 순화와 함께 한국인의 고유한 몸짓을 살려냄으로써 한국인의 정신과 기(氣)를 되찾게 합니다. 또한 몸짓놀이를 통하여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신명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몸 짓의 원형은 우리의 전통 육아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도리도리, 짝짜꿍, 곤지곤지, 잼잼, 고네고네, 따로따로, 불무불무, 목말타기, 단지팔기, 까꿍, 에비에비 등 전통사회에서 즐겼던 아이체조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고, 아이의 몸을 유연하게 하고 기(氣)의 흐름을 왕성하게 합니다. 몸짓놀이에는 물고기, 오리, 토끼, 악어, 잠자리 등의 기(氣)순환을 도울 수 있는 여러 동물 모양과 숨쉬는 법도 포함됩니다. 바른 자세를 가르치고 자연의 경지에 몰입할 수 있는 춤도 가르칩니다. 춤동작은 아이들의 건강에 직결되며 막힌 곳 없이 기(氣)를 순환을 돕습니다. 몸짓놀이는 단순한 춤이 아닙니다. 춤에서 한층 더 발전된 것으로 움직임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속 깊은 정서를 표현합니다. 몸짓놀이는 우주의 힘을 신체와 영혼에 연결하여 자각하며 자신뿐 아니라 타인과의 신체접촉을 통해 끊어진 우주, 세상과 연결하려는 영혼의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달팽이 몸짓을 해요> <호랑이 몸짓을 해요>
이상의 프로그램 외에도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습니다. 아이들이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사랑을, 노인에게는 보람을’ 줄 수 있는 이상적인 프로그램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TV 덜 보기, 게임 안하기도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겠지요.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서 갯벌체험과 철새 체험, 들꽃 관찰 등을 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Ⅲ. 마무리
우리는 오천년의 장구한 역사 동안 아이를 낳고 길러왔습니다. 그리고 세계 어느 민족에 뒤지지 않는 건강한 아이들로 길러내 왔습니다. 30-40년 전부터 시작된 산업화․도시화로 갑작스레 새로운 문화가 찾아오면서 5천년 동안 보전해 온 우리의 전통적인 의․식․주 문화는 퇴색되어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통적인 의․식․주, 놀이는 한물가고 뒤떨어진 구습(舊習)으로 여기는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전보다 아이들의 몸․마음․영혼이 더 건강해졌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이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좀 없이 살긴 했어도 우리의 과거가 아이들의 삶의 질에 있어서는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는 이유에서입니다.
어떤 확실하고 명쾌한 방법이 없는 한, 우리 땅에서 우리 조상들이 먹고 살아온 방식대로 먹이고 기르는 것이 아이를 가장 건강하게 기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 배우다’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1996)도 그렇게 얘기했었지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원형은 옛날 우리 선조들의 삶의 모습일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아이들의 몸과 건강을 되살릴 수 있는 유아교육의 지혜 또한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가 살아왔던 평범한 삶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참고문헌
임재택․하정연․김은주․박명숙․최윤정․박채숙(1999). 얘들아! 산책가자. 서울 : 양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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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택․하정연․김은주․최윤정․강신영(2002). 손끝으로 만나는 세상. 서울 : 양서원.
임재택․하정연․노진형․이숙희․김정미(2001). 선생님! 세시풍속이 뭐예요?. 서울 : 양서 원.
임재택․하정연․조채영(2002). 선생님 바깥놀이 해요. 서울 : 양서원.
임재택․하정연․조채영․노진형․홍정애․강현진․김미옥(2000). 선생님! 텃밭가요. 서울 : 양서원.
임재택․하정연․김정미․김진경․배은진․백현윤(2004). 몸짓으로 자라는 아이들. 서울 : 양서원.
하정연․임재택․안영숙․진보경․이미래․남연주․신주연․엄순정2005). 아이들이 그리는 세상. 서울 : 양서원.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 저, 김종철․김태언 역(1996).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 배우다. 대구 : 녹색평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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